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큰 움직임
최근 몇 년 사이 국가정책에 따라 보장구 보급이 확대되며 전동휠체어를 타는 이들의 수는 늘었지만, 그마저도 기상이변 앞에서는 무력해지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특히 올해처럼 유난히 눈과 비가 잦았던 해에는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는 장애인들의 고충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의정부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는 생각했습니다.
'이분들을 위한, 정말 이분들에게 맞는 우비가 있다면 어떨까.'
입고 벗기 쉬우면서도 바퀴까지 감쌀 수 있고, 시야를 가리지 않는 그런 우비가 있다면, 그 우비 한 장이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고 일상을 회복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던 와중, 늘 생각만 했던 전동휠체어 사용자 맞춤형 우비제작을 하기위하여 기아 무브온(溫)에 사연을 보내오셨습니다.

단순한 지원이 아닌, 삶을 설계한 시간
2025년 5월 26일부터 6월 18일까지, 기아 무브온의 후원으로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우비를 직접 제작하고 배포하는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신청 방식으로 사전 수요를 파악한 뒤, 실제 외출 제약을 겪는 당사자에게 우선적으로 전달하였고, 현장에서 긴급 요청한 대상자에게도 유연하게 배포가 이뤄졌습니다.
우비는 단순한 비닐 커버나 기성품이 아니었습니다.
전동휠체어 구조에 최적화된 디자인, 시야 확보를 위한 넓은 투명창, 착용 편의성과 활동성을 고려한 맞춤형 제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제작부터 납품까지 약 2주간의 짧은 기간 안에, 현장 중심의 민첩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도 기아 무브온의 실질적인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전동휠체어 위에 핀 작은 용기 하나
우비를 실제로 착용한 고객분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비가 오면 약 타러도 못 나갔는데, 이젠 걱정이 덜하다”,
“그냥 우비랑은 다르다. 내가 직접 입고 탈 수 있어서 혼자 이동도 가능하다”는 피드백이 이어졌습니다.
한 어르신은 우비를 받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그냥 우비가 아니라, 내 자유야.”
그 순간, 우리가 준비한 작은 우비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이날 우비를 받으신 분들 중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생각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사실 진짜 감사한 쪽은 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감동과 용기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밝혀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복지관 이용률이 낮거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분들 중, 신청 방법을 몰라 놓친 사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남은 수량은 야외 이동이 잦거나 보호자의 도움 없이 생활하는 전동휠체어 사용자 중심으로, 개별 연락과 생활지원사 연계를 통해 추가 배포될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에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계절적 특성 반영(여름용 통기성 개선, 시야확보 투명창 확대 등) 을 고려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우비 제작도 검토 중입니다.
무엇보다도 기아 무브온(溫)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임직원 봉사자들과 함께하는 ‘우비 전달식’ 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걷습니다
이동권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 권리입니다.
우리는 비 오는 날의 한 걸음이 누군가에겐 일상의 전부임을 이 우비 한 장을 통해 다시 배웠습니다.
이번 사업은 마무리되었지만 앞으로도 기아 무브온(溫)은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 자유로운 외출,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계속 함께 움직일 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작은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향한 큰 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